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의 다양화, 법관평가제도 개선 등 사법제도 전반의 개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입법학회가 공동으로 「사법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개회사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이에 대한 민주적 감시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법관의 자질 평정에 대한변호사협회의 법관 평가를 반영하도록 한 법원조직법이 통과된다면 사법 신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영 한국입법학회 회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입법연구센터장)은 환영사에서, "사법제도 개편은 사법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면에서 합헌적이어야 하고 공론화와 숙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법원, 헌법재판소, 학계, 언론계 전·현직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재 여당 주도로 추진 중인 소위 ‘5대 사법개혁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각 패널의 발표 요지이다.
▲ 「대법관 증원 및 대법관추천위원회 개선」 - 김주현 변호사 대법원 연간 상고사건이 4만 건을 넘고, 대법관 1인당 연간 3천 건 이상을 처리하는 과중한 업무 부담이 재판의 충실성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저해하고 있다. 이에 여당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고,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사법개혁안을 제시한바, 심리불속행제도의 위헌성 논란을 해소하고 실질심리 사건 수를 확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추천 과정의 투명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개혁안에는 위원 수 확대, 법원장 중심의 추천권한 분산, 성별·지역·경력 다양성 반영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과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입법적극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 「대한변호사협회 법관평가제도 현황」 - 김기영 변호사, 대한변협 제2기획이사 대한변호사협회는 법관의 자질과 직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10년 이상 법관평가제도를 운영해왔고, 변호사의 실명 설문을 기반으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 제도는 법원의 근무평정과는 별도로 법관의 재판 태도, 절차 운영, 법리 이해 등을 전문적으로 검증하며 사법 신뢰도 제고에 기여하고 있는바, 최근에는 법관평가 결과를 법원에 전달하고, 법관평가사례집을 발간하는 등 평가 결과의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향후 법관 인사평가 결과를 근무평정 요소로 반영하는 계획에 있어 대한변호사협회의 법관평가제도가 일종의 다면평가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 “대법관 증원은 신중한 접근 필요” - 박병민 부장판사 현재 대법관 1인당 연간 약 5,000건을 처리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과중한바, 상고심의 충실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 취지에는 경청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단기간 내 대법관 수를 급격히 늘리는 것은 대법원의 정책법원 기능을 약화시키고,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 하에서의 대법관 증원은 하급심 재판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이러한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에 1개의 소부(대법관 4명) 증원을 통해 실증적 평가를 거친 후 추가 증원을 검토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대법관 증원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이며, 국회, 정부, 법원,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수렴해 국민이 가장 원하는 방안으로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대법관 추천위원회는 성별·지역·경력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외부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 이진 경희대 법전원 교수 대법관 증원은 사법부 장악을 의미하는 ‘Court Packing’으로 해석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증원된 대법관의 임명 시점을 행정부 퇴임 이후로 조정하는 것을 제안한다. 재판소원은 37년간 금지되어 왔으며, 그 결과 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적 통제의 공백, 대법원의 헌재 결정 기속력 부인, 입법부에 대한 과도한 통제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재판소원 도입은 겉으로는 사법부에 대한 통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행정부에 대한 통제 강화와 입법부 재량 확대라는 권력분립의 재조정 효과를 지닌다. 헌법재판소의 축적된 전문성과 재판소원 금지의 부작용을 고려할 때, 재판소원 도입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 「사법의 독립성 및 책임성에 대한 균형적 고려의 필요성」 - 박종현 한양대 법전원 교수 사법의 독립성과 책임성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함께 실현되어야 할 헌법적 가치로,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희생해서는 안된다. 과거 권위주의적 사법통제의 반작용으로 독립성이 강조되었지만,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되면서 국민에 대한 책임성과 대표성도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책임성은 정치적·판결적·행동적 측면에서 논의되며, 법관의 윤리, 판결의 투명성, 국민에 대한 응답성 등이 핵심이다. 사법제도 개편은 이러한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되지만,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대법관 수 확대나 법관 평가제도는 효율성 제고와 함께 정치적 오용 가능성도 있어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법원은 헌법에 기속된 민주적 사법기관으로서 국민의 일반의지를 반영하는 헌법적 판단을 통해 독립성과 책임성을 구현해야 한다.
▲ “법관은 국민과 법조계로부터 일정 수준의 평가를 받아야” - 김기원 변호사, 서울변회 수석부회장 대법관 증원과 사법개혁안에 대해,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것이 상고심의 구조 변화보다는 사건 증가와 복잡성 대응을 위한 현실적 조치이다. 전원합의체가 2개로 나뉠 경우 사건 배당 방식과 법해석의 통일성 유지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위헌적인 심리불속행 제도는 폐지되어야 하고 1심 심리 강화를 통한 승복률이 제고되어야 한다. 대법관이 증원 시 재판연구관과 하급심 판사 인력 증원 논의도 병행되어야 한다. 대법관 추천위원회의 다양화와 함께 변호사단체의 법관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법관의 실질적 역량을 평가하는 데 유의미하다. 특히 법관평가제도가 법관의 재판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평가 결과가 좋은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 「현장 기자의 시각에서 본 ‘의도’와 ‘상황’의 중요성」 - 양은경 조선일보 법조전문 기자 “이재명 파기환송” 직후 대법관 증원 법안이 잇따라 발의된 점을 고려하면, 표면적으로는 사건 적체 해소라는 명분이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대법원 판결 이후 사법부를 압박하고 판결의 효력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맥락에서 이해된다. 대법관 증원은 다수의 힘을 통해 법치주의를 왜곡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도 있으며,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법원행정처장이 제외된 것 역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결국 ‘사법개혁안’의 내용만큼이나 그것이 제기된 시점과 배경, 즉 상황과 의도가 중요한데, 현재의 입법 흐름은 민생이나 개혁보다는 방탄, 정쟁, 사법 길들이기의 성격이 짙어 보이는 상황이다.
# 첨 부 : 「사법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 사진
2025. 11. 20.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김 정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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